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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소식'에는 해뜨는집의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해뜨는집이야기'는 1995년부터 월간 [함께하는 세상]에 연재한 글입니다.
'이야기장터'에서는 해뜨는집과 관련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기사모음'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비춰진 해뜨는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행스케치'는 해뜨는집 가족의 여행기록입니다.
한복에 얽힌 최초의 거짓말

어제 아침에 혜진이가 한복은 언제 입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마 며칠전에 사준 한복을 빨리 입고나서고 싶어서여서일 것이다.
보통은 설날이나 추석날에 입지만 특별한 날에도 입기도 한다고 대답해 주었다.
특별한 날은 어떤 날이냐고 혜진이가 다시 되묻는데 갑자기 한복에 얽힌 내 최초의 거짓말 사건이 생각났다.

유치원에 다닐때였다.
당시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경우가 드물었고, 내가 다니던 교회 부설 유치원도 11명이 전부였었다.
남의집 셋방살이를 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아버지는 나를 유치원에 보낼 정도로 첫 자식인 내게 기대가 컸었던 것 같다.
경로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얻어다준 한복이 있었는데, 그게 당시에는 보기 드물게 고급스럽고 이쁜 한복이었던 것 같다.
고운 재질에 공작이 수놓여있는 아름다운 한복이었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그렇게 고운 한복을 본적이 없을 정도로 정말 예쁜 한복이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명절도 아니고, 특별한 날도 아닌데 어쩐 일로 나는 한복을 입고 유치원에 갔다.
아마 내가 우겨서 입혀보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선생님이 결석한 친구네 집에 가서 왜 결석했는지 알아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친구네 집앞에까지 간 나는 갑자기 난감해져서 고민에 빠졌다.
친구 엄마가 "너 왜 한복 입었니?" 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하고...
친구네 집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나는 그냥 유치원으로 돌아왔다.
선생님이 친구가 왜 결석했느냐고 물으셨고, 나는 "아프데요!" 하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런데 나의 거짓말은 곧 들통이 나고 말았다.
친구네 집에서 연락이 왔거나 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전화가 없었으니 아마 그랬을 것이다.
선생님은 무섭게 혼을 내셨다.
거짓말하는 아이는 나쁜 아이라면서...
그때 내가 받은 충격은 정말 엄청났다.
나는 거짓말을 한다는 의식도 없었고, 선생님을 속인다든지 하는 의도조차 없이 단지 당시에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 난감해서 나름대로 처신한 것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일곱살짜리 꼬마가 그런 정황을 어떻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아이들 앞에서 거짓말하고 선생님을 속인 아주 나쁜 아이로 지목받으며 수치심이라는 커다란 단지속에 빠져버렸다.

거짓말에 대해, 아니 어떤 경우에도 정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사로잡은게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누군가가 인사치레로 무언가를 물어도 나는 정직하기 위해 상세하게 답변을 했고, 혹여라도 내가 조금이라도 정직하지 못할까바 걱정스러웠다.
중3때는 컨닝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던 교실에서 유일하게 컨닝에 협조하지 않는 아이였고, 그때문에 교실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살면서 거짓말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닌듯 하다.
억지스런 변명이나 합리화를 할때면 말이 더듬거려지고 목소리가 붓고 얼굴이 불어지곤 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그런 자신의 변화를 느낄 때면 정말 어디로 확 꺼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절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의도하지 않았던, 선의의 거짓말이든, 거짓말은 그 자체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한복에 얽힌 엄마의 거짓말 사건을 이야기해주었다.
일곱살이던 엄마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냐고 묻자 혜진이가 이해가 된다고 했다.
40년전에 나를 깜깜한 수치심의 단지에 빠트린 그 사건 이후 나는 처음으로 위로를 받았다.
아직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내 딸에게서...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6-01-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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