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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소식'에는 해뜨는집의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해뜨는집이야기'는 1995년부터 월간 [함께하는 세상]에 연재한 글입니다.
'이야기장터'에서는 해뜨는집과 관련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기사모음'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비춰진 해뜨는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행스케치'는 해뜨는집 가족의 여행기록입니다.
이번엔 발바닥을 꿰매다

우리 혜성이 드디어 대형사고를 쳤다.
냉장고를 놀이터 삼아 놀아서 내내 걱정이었는데 드디어 사고를 내고 말았다.
그놈의 술병은 언제적부터 있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우리집 냉장고 한켠에 버젓이 자리를 잡은채 있었다.
평소에도 워낙 냉장고를 열어놓고 뒤지는 걸 좋아해서 식구들이 혜성이를 따라다니면서 제지를 하거나 뺏어야 했다.
정말 눈깜짝할 새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싱크대에 음식물 찌꺼기를 챙기고 있었고, 유현이는 그런 나를 지켜보며 서 있었다.
혜진이는 막 제방에서 나오고 있었고, 남편은 소파에 앉는 참이었다.
쨍그랑!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초록빛 파편들이 자잘하게 흩어져 있는데 순간적으로 그게 뭔지 제대로 인식이 되질 않았다.
파편들 속에 혜성이가 서 있다가 놀라서 막 발을 떼는 참이었다.
혜성아! 부르면서 달려갔지만 이내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고...
남편이 혜성이를 들어올리자 발바닥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유리파편 조각들을 뛰어넘어 가서 발바닥을 살피면서 유리조각이 들어있을까봐 상처부위를 짓눌러 피를 흐르게 했다.
그리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연자실.
피는 계속 흐르고 아이를 들고 병원을 가려고 일어서니 방바닥의 파편조각들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두루마리 화장지로 유리조각들을 한쪽으로 대충모아 지나갈 길을 겨우 낸 다음 피묻은 내복차림의 혜성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렸다.
혜진이가 어느새 옷을 차려입고 우리를 따라나섰다.
2차병원이 집앞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직의사가 응급실에서 X-ray 촬영을 하고 나서 유리조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응급처치를 해달라고 하자 소독약으로 발바닥 표면만 깨끗이 닦아주었다.
이럴땐 소독약을 들이부어 씻어내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안놓이는 참인데 당직의사도 아기가 너무 어려서 꿰맬 자신이 없다고 한다.
혜성이가 죽을 듯이 울다가도 치료가 끝나자 울음을 딱 그친다.
그리곤 원무과에서 계산을 할때는 뒤쪽 컴컴한 방을 가리키며 "껌껌!" 해서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그러고 돌아보니 제대로 옷을 챙겨입은 사람은 혜진이 뿐이다.
엄마 아빠가 정신이 없는것 같아서 따라 나섰단다.
포대기랑 가방을 들고 따라다니며 도와준 침착한 혜진이.
그리고 집에 오니 어느새 집안이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유현이가 휴지로 유리조각들을 끌어모아 치운 다음 걸레도 깨끗이 닦아 버렸다고 한다.
안그래도 너무 놀라 진을 다 빼버려 후들거리던 참에 얼마나 고맙든지...

오늘 아침에 평소에 혜성이 진료를 봐주시던 병원으로 가서 다시 치료를 받았다.
발바닥을 지나는 인대를 다쳤을지도 모른다며 의사선생님이 꼼꼼하게 다시 상처를 파헤쳐 닦아내고, 인대가 무사한 걸 확인한 다음 상처부위를 꿰맸다.
두군데 일곱바늘이라고 했던가...
상처가 일자가 아닌 지그재그로 나 있는데다 깊어서 꿰매는데 조금 오래 걸렸고, 그동안 남편과 나는 혜성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어야 했다.
엄마를 불렀다 아빠를 불렀다 하며 병원이 떠나가도록 목청껏 울어대는 혜성이는 나중에는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그래도 치료가 끝나자 울음을 뚝 그치는게 기특하다.
근데 혜성이 치료가 끝난 다음 내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다.
안그래도 의사선생님이랑 간호사들이 엄마는 나가 있는게 좋겠다고... 기절할 수도 있다고 걱정을 했었다.
아마 두 아이 입양때 건강진단서 떼느라 두번 피검사를 하면서 실신하곤 하던 걸 지켜봐온 분들이라 걱정스러웠을 것이다.
세 아이를 둔 의사선생님은 매번 아이가 다쳐서 병원에 올때마다 참 따스한 위로를 주시곤 한다.
애들 다치는거 정말 눈깜짝할 사이고, 멀쩡하게 엄마 아빠랑 같이 있을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서, 자기도 부주의한 편이 아닌데 그렇더라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혜성이에게 다시 교육을 시키고 있다.
평소에는 아무리 얘기해도 "으으응" 하며 도리질을 했는데 째까닥 "예"라고 대답하는 걸 보면 저도 엄청 놀라고 아팠나 보다.

"혜성아, 이제 냉장고 열면 안돼. 아야! 하지?"
"예"
"냉장고에 있는거 끄집어내면 안된다. 아야! 하지?"
"예"
"할머니 냉장고도 만지면 안돼? 알았지?"
"예"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6-02-27(15:10)
방    문 :67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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