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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소식'에는 해뜨는집의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해뜨는집이야기'는 1995년부터 월간 [함께하는 세상]에 연재한 글입니다.
'이야기장터'에서는 해뜨는집과 관련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기사모음'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비춰진 해뜨는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행스케치'는 해뜨는집 가족의 여행기록입니다.
이젠 힘이 딸린다

혜진이 책상 서랍장이 망가진 건 이미 오래전이다. 세 개의 서랍 중에 두 개가 앞면 상판이 떨어져서 몇 번 손질을 했었다. 하지만 기술이 시원찮은지 금세 떨어지곤 해서 몇 달 전부터 못바늘이 밖으로 드러난 채로 방치하고 있었다.

 

혜성이 손을 피해 올려놓은 짐더미에 파묻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안방 책상을 혜진이 방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은 진즉에 했지만 통 엄두가 안나 미루다 어제 오후 마침 지원군이 나타나서 얼결에 책상을 옮기게 됐다.

 

안방에 있는 책상 들어다 혜진이 방에 옮기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그게 실상은 온 집을 뒤집어 놓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혜진이 방의 책장과 서랍을 비워낸 물건들이 거실 바닥과 침대를 점령했고, 안방에서는 더 엄청난 양이 쏟아져 나왔다. 도대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보자 저걸 어디다 정리해 넣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혜진이 방과 안방의 가구 배치만 해놓고 다시 사무실로 나왔다가 저녁에 퇴근해서야 본격적으로 정리를 하는데 통 진도가 안 나간다. 다행히 혜진이 방은 혜진이가 스스로 정리를 해서 마무리만 봐주면 되었지만, 책상이 없어진 안방은 정리 자체가 난감했다. 책장에 있던 책들 중 일부는 혜진이 방 책장에 다시 꽂았지만, 아이 방에 둘 수 없는 각종 서류와 물건들은 아무리 궁리해도 쑤셔 넣을 곳이 없었다.

 

몇 년 전 시어머님이 주신 자개문갑을 2중 3중으로 포개 얹고―혜성이 손이 닿지 않게―문갑에 들어갈 수 있는 물건들부터 정리를 했다. 그리고 뭐가 들어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자들을 하나씩 차례로 열어보았다. 보육사시절에 쓴 기도수첩과 월급봉투, 기자생활 할 때 쓴 취재수첩들, 해마다 바뀐 전화번호부와 다이어리, 97년부터 모아놓은 영수증들, 그리고 연도별로 묶음 해놓은 각종 청구서들이 꽤 부피를 차지하고 있었다. 함부로 버릴 수는 없는 것들이라 일일이 확인하면서 찢어서 버리는데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더 이상 쓸모없다고 여겨진 물건들이 거실 한 켠에 수북하니 쌓여있고, 아직 정리해야 될 물건들이 안방에 남아있는데도 나는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아침에 출근을 했다. 예전 같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단숨에 해치웠을 일인데, 언제부터인가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 힘이 딸린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머릿속은 또 다시 집 정리로 바쁘다. 그걸 다 어디다 집어넣지?


 

※ 해뜨는집에 힘쓸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달려와서 몸을 아끼지 않고 수고해주는 조경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경래야! 아직 한 번 더 있는 거 알지?)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6-07-12(18:37)
방    문 :68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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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경 살아보면... 아니 한 사람이 집에서 나가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짐이 어찌 그리 많은지 알게 돼요... 나도 버리지 않는 버릇때문에 쓸데 없는것들이 집안 가득한데... 가끔씩 내가 죽으면 버릴것들을 왜 이렇게 못 버리고 사나 할때가 많아요.. 해뜨는집도 식구들이 점점 많아져서 짐들이 점점 늘어 나고 공간은 좁아지고 그럴거에요....   2006-08-12 (17:27)

 돌깡패 김혜경님 댁도 아마 상당하리라 생각되요. 우선 애들 옷가지랑 장난감 책만 쏟아내도 안방이 꽉 찰걸요. 댁에 방문해서 너무나 검소하신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2006-08-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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