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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소식'에는 해뜨는집의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해뜨는집이야기'는 1995년부터 월간 [함께하는 세상]에 연재한 글입니다.
'이야기장터'에서는 해뜨는집과 관련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기사모음'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비춰진 해뜨는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행스케치'는 해뜨는집 가족의 여행기록입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가족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산다고 해서 저절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족에게는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있고, 세월을 함께 하며 만들어가는 가족의 역사가 있다."
가족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할 때마다 나는 종종 이 말을 사용했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는 것을 최근 다시금 절감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인 혜윤이가 지난 7월 24일 우리 가족이 되었다.
이제 4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있었고, 만만찮은 갈등도 있어 그런지 한 일년은 같이 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같은 집에 함께 살면서도 기계적인 접촉 외에 성가스런 접촉을 삼가는 유현이에게 혜윤이는 여전이 가족이라기 보다는 잠시 머무는 친척 아이가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었었다.

지난 토요일 안산에서 개최된 전국입양가족대회를 앞두고 남편과 일정이 맞지 않아 어떻게 하나 걱정하다 내가 혜진이와 혜성이를 데리고 참여하기로 했다.
오후부터는 남편도 집을 비워야 하는데 그러면 서로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두 아이만 집에 남게 되는 것이다.
오후 한나절 집에 있을 두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참 삭막하기가 그지없다.
아마 유현이는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할 것이고, 혜윤이는 제 방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뒹구는 게 아닌가 싶어 영 마음이 찜찜했다.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온 유현이와 대화를 했다.
"내가 보기에 넌 혜윤이와 아무런 상관없이 사는 것 같다. 너한테는 아직 혜윤이가 가족이 아닌 것 같다" 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한다.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겠다 싶어 좀 자세히 이야기를 풀었다.
"내가 보기에 넌 혜윤이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지 않고 아무런 관심이 없다. 혜윤이가 널 귀찮게 하면 짜증스럽지만, 네 스스로 혜윤이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접촉이 없으니 갈등도 없고, 그게 어쩌면 편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산다면 가족이 아니다. 이제 곧 고등학교에 가면 기숙사에서 공동체생활을 하게 될텐데 다른 사람이 지금 네가 혜윤이를 대하는 것처럼 너를 대한다면 넌 어떨 것 같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유현이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혜윤이도 자랄 것이고, 언니가 자기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기억할텐데 나중에 원망 들을 수도 있다.
'큰언니'라는 존재가 얼마나 따뜻하고 듬직한 존재인지 혜윤이가 느낄 수 있게 한 번 노력해보자.
잘 해주라는 게 아니라 성가스러움을 감수하고 갈등도 하면서 서로 익숙해져보자.
내일 한나절 둘이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대충 그런 내용으로 한참 이야기했고, 유현이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물을 훔쳤다.

토요일 아침 일찍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서 하루종일 혜성이와 씨름하느라 파김치가 되어서는 저녁 8시가 지나서야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두 아이의 표정이 어쩜 그리 환한지...
혜윤이는 큰언니랑 나란히 앉아서 TV를 봤다고 자랑하고 언니가 저보고 웃었다면서 또 웃고 하는데 가슴이 찌르르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혜진이는 혜윤이의 횡설수설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유현이게게 계속 되묻고, 쑥스러운 유현이는 "아 그런게 있어!" 하며 얼버무리고 만다.

갈등 속으로 뛰어드는 것, 아니 기꺼이 갈등을 감수하는 것.
관계를 맺는다는 건 갈등으로 인해 상처받거나 외로워지거나 초라해지는 것까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이 아닐까...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6-11-14(15:37)
방    문 :6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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