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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소식'에는 해뜨는집의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해뜨는집이야기'는 1995년부터 월간 [함께하는 세상]에 연재한 글입니다.
'이야기장터'에서는 해뜨는집과 관련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기사모음'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비춰진 해뜨는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행스케치'는 해뜨는집 가족의 여행기록입니다.
다람쥐 채 바퀴 돌듯이

언제쯤 부터였을까?
내 일상이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 도대체 구분이 안 되는 똑같은 나날로 느껴진 것이.

아침마다 출근준비를 하면서 혜성이랑 씨름하는 것도 혜성이가 우리 가족이 된 이후 계속된 일이고, 늦은 출근시간만큼 늦은 퇴근을 한 지도 꽤 오래 되었고, 어두워진 이후에야 혜성이 찾아서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 지도 오래 됐다.

할인마트에 애 셋을 다 데리고 다니는 것도 진저리나게 피곤한 일이고, 집에 와서 혜성이 씻겨서 재우는 일이 날마다 쉽지 않은 일로 되풀이되고, 그렇게 피곤에 겨워하면서도 자정이 훨씬 지나서야 겨우 잠들 정도로 불면증은 나를 떠나지 않고 있다.

아이들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밖에서 사람 만나는 일을 포기하게 되었다.
하긴 사람도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만나온 터에, 마흔 중반이 되도록 수르러들지 않고 뾰족하니 날 선 내 성질머리를 반길 사람도 없긴 하다.
하여간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어서는 남편에게 휴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말로는 흔쾌히 그러라고 하는데, 내가 자유를 누리는 만큼 자신이 내 자리를 메워야만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 남자 바빠도 너무 바쁘고, 가야할 자리는 또 왜 그리 많은지...

며칠 동안 마음만 여기 저기 훌훌 날아다니다 대학 써클 무리들에게 전화를 돌렸는데, 마침 주말에 대구경북 모임이 있대서 만사 제쳐놓고 달려갔다.
근 이십여 년 만에 만난 선배들, 3년 전 이 모임에서 그나마 중간 점검을 한 후배들, 얼굴은 자주 못봐도 목소리론 가끔 접하던 동기들이 익숙한 표정으로 반긴다.
이 자리가 아니었으면 못 알아볼 것 같은 낯선 얼굴조차 단박에 세월을 거슬러 앳된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아무런 경계도 없이 스무살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누나! 누나!" 하면서 옆에 앉아 회쌈도 싸주고 이것저것 챙겨주다가 어느새 돌변해서는 "누나는 당췌 여자가 아니었지. 치마 입은 거 생전 처음 보네. 이 치마 뱃살 가리기 딱이잖아." 하면서 놀려대는 중년의 후배를 보니 새삼 웃음이 난다.

선후배가 동업을 하는 음식점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늦도록 회포를 풀다가 다 같이 노래를 부르러 갔다.
20여 년 전 함께 즐겨 불렀던 애창곡들을 합창하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도는 중년의 무리들이 어린 날 그 시절에 마음이 붙잡혀 시간을 잊는다.

밤 1시가 넘어서야 집에 오니 남편과 아이들은 잠들어 있다.
텅 빈 거실에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가슴 속에서 뭔지 모를 소란스러움이 인다.
욕실에서 씻는 동안에도 그 소란스러움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도 오랜만에 바로 잠들 수 있었다.

모처럼 밤외출을 감행한 아내에게 "집 앞에 주차공간이 없으니 다른 데 주차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준 남편의 잠든 모습이 왠지 안쓰럽다.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7-07-11(15:54)
방    문 :68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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