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mail

해뜨는집소식
해뜨는집이야기
이야기장터
기사모음
여행스케치
> 해뜨는집이야기 > 해뜨는집이야기
'해뜨는집소식'에는 해뜨는집의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해뜨는집이야기'는 1995년부터 월간 [함께하는 세상]에 연재한 글입니다.
'이야기장터'에서는 해뜨는집과 관련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기사모음'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비춰진 해뜨는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행스케치'는 해뜨는집 가족의 여행기록입니다.
유현이와 함께 산 7년을 되돌아보며...

지난 7년간 함께 살아온 유현이를 보냈다.
초등학교 4학년 가을 처음 만난 유현이는 무표정한 얼굴에 깡마르고 조그만 여자아이였다.
이제 7년이 지나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 집을 떠나는 유현이는 날씬한 몸매를 한껏 자랑하는 예쁜 숙녀가 되어 있었다.

"섭섭해서 우짜노. 괜찮나. 그래도 친척이 있었다니 다행이네, 잘 살겠지..."
유현이를 보냈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의 걱정스런 위로의 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오히려
"섭섭하기는... 홀가분하구만..." 하고 응대했다.

1톤 트럭 한가득 아이의 짐을 실어 보내고 나서 집안을 새로 정리하면서 간결하게 정리된 집안이 상쾌하게도 느껴졌고, 아이로 인한 마음의 부담을 날려 보낸 후의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아이를 보내고 나서는 정리가 된 상황이어서 괜찮았다.
오히려 보내기까지의 과정이 혼란스럽고 힘들었다.

2001년 11월 20일,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오면서 우리 부부는 "이제 이 아이는 평생 우리가 돌봐야 하는구나!" 각오를 했었다.
당시 유현이는 엄마 아빠가 다 돌아가시고 할머니랑 살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더 이상 유현이를 양육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유현이가 우리집으로 오던 날 할머니는 양로원으로 가셨고, 1년 후 할머니마저 돌아가시면서 유현이는 그야말로 천애고아가 되어버렸다.

고등학교를 대안학교로 진학한 유현이가 기숙사에 입소한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 한 분이 집으로 찾아왔다.
유현이 외할아버지였다.
작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외롭고 적적해서 손녀딸이랑 같이 살고 싶어서 수소문하여 찾았다고 하셨다.

유현이가 외할아버지랑 같이 살게 된다면 어렵게 진학한 대안학교를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이미 입학이 완료된 시점이어서 학교를 옮기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장 데려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찾아온 할아버지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여름방학 때까지 기다려 주시기로 했다.

유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인문계특성화고교' 이면서 '자율학교'로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이다.
한 학년에 두 학급으로, 1백여 명의 전교생이 3년간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인문계 고등학교와 달리 수업과목도 다양하고, 수업방식도 주입식이 아닌 토론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학교 내에 10 여개의 작은학교(언론학교, 산림탐사학교, 복지학교, 음악학교, 숲속자연학교 등)가 있어 다양한 영역으로 아이들의 접근을 도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가능한 학교였다.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유현이는 보름동안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드디어 외가식구들을 만났다.
천애고아인 줄 알았던 유현이에게는 외할아버지 외에 이모 세분과 외삼촌 한분이 있었고, 그분들 모두 우리와 같은 도시에 살고 있었다.
유현이를 며칠간 외가에 머물게 하고 돌아오면서 정말 기분이 묘했다.

유현이의 거취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가고 있었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상담원들이 상담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큰이모가 유현이를 맡기로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유현이 학교문제도 현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건 유현이가 강력히 원하는 유일한 부분이기도 했다.

유현이 외가식구들에 대한 낯설음과 거부감도 모든 상황이 정리된 지금은 다 사라졌다.
몇차례 만나면서 '저 분들 역시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헤아려지기 시작했고, 어려운 형편에 다 자란 조카를 품어 안은 큰이모에게는 연민가 미안함마저 생겨났다.
유현이 큰이모와 나는 앞으로 같은 대안가정 부모로서 만남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또 유현이의 위탁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지지자로서 그들 곁에 머물 것이다.

이제 유현이는 외가 식구들 품으로 갔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갈 때쯤이면 정말 독립을 해야 할 것이다.
부디 유현이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7-09-13(11:28)
방    문 :63424
이 메 일 :
홈페이지 :
첨부파일 :

이름 : 비밀번호 :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