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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 엄마의 기록노트 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아직도 접지 못한 엄마의 수줍은 흔적들입니다.
시민운동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 어설픈 습작의 흔적,
스무살 언저리에 쓴 몇편의 시, 1년간 장애인복지신문에 연재한 보육사일기까지...
산그림자 3

국어 문제집을 잠시 들여다보고 있던 참이었다.
바같에서 부시러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따닥거리는 소리가 나무를 부러뜨리는 소리같기도 했다.
산책하고 돌아오던 길에 봤던 내방 아궁이가 갑자기 떠올랐다.
옷을 걸치고 숙사를 돌아 아궁이 앞으로 가자 하얀 연기 속에서 기침을 하며 불을 부치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내 또래 남자들 중 하나였다.
전날 이 산에 오를때 처음 만났던 구수한 불내음이 주변을 적시고 있었다.
그는 길다란 꼬쟁이로 아궁이속을 뒤적이며 커다랗게 숨을 몰아 입김을 불어넣고 있었다.
순간 하얀 연기가 걷히면서 환하게 불꽃이 피어났다.
불꽃이 일자 한 숨 돌린듯 그는 목장갑을 낀 손등으로 이마를 훔치며 뒤로 물러나 앉았다.
그리고는 나와 눈이 마주친 채 잠시 꼼짝도 않고 쳐다보았다.
나는 그냥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도 일어서며 어색하게 목례를 했다.

나는 그가 권하는 옆자리에 앉아 아궁이 속을 응시했다.
불길이 색색깔로 바뀌며 춤을 추고 있었다.
한참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있으면서 갑자기 가슴 한켠이 싸하게 아려왔다.
"어제도..." 내 목소리는 이상하게 잠겨서 어색했다.
"어제는 좀 추우셨죠. 오래 비어있던 방이라 추웠을겁니다."
그가 황급히 내 말을 받아 경쾌하게 대꾸했다.
한 무리로 볼 때는 그저 평범한 인상이었는데, 불길 앞에서 보는 그의 얼굴은 선이 곧으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목소리가 참 고우시던데요."
나는 이상하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이름이 뭐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만에야 겨우 그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떠올리자 마자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자 불그림자가 그의 얼굴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왜 도망왔어요?"
갑작스런 그의 질문에 숨이 멎어버렸다.
"도망온거 아니에요."
나도 모르게 거칠게 대꾸가 나왔다.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그에게 들릴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그에게서 조금 떨어져 앉았다.
"봐요. 또 도망갈 태세잖아요."
그는 돌아보지도 않고 아궁이속을 들쑤시고 있었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가슴만 뛰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속수무책인건지 속이 상했다.
이상한 남자다.
분명히 나랑 동갑일텐데, 그 나이의 남자가 나를 이렇듯 속수무책으로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안합니다... 낮에부터 느꼈어요. 사람들과 얽히기 싫어하는... 그리고 일부러 차갑게 대하는 것 같고... 그런데 노래할 때 목소리가 너무 맑아서...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아궁이를 응시한 채 그가 천천히 읖조리듯이 이야기했다.

그는 꼭 대학을 갈 생각은 아니라고 했다.
그냥 시험은 한번 더 쳐볼 생각이라고.
고1때부터 교회에 다녔는데 대학에 떨어지고 나서는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과 영 서먹해져서 불편하기도 하고, 괜한 열등감도 들고 해서 결국 교회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그점은 나도 비슷했다.
나보다 성적이 낮았던 친구가 대학에 합격을 하고 반대로 나는 제수생이 되고보니 괜한 자격지심에 위축되곤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고 교회활동도 변함없이 하고 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그의 손놀림이 익숙해 보였다.
불꽃이 사르라든다 싶자 꼬쟁이를 휘저어 다시 일게 하고, 나뭇가지를 어긋나게 올려 불이 붙게 하는 솜씨도 제법이었다.
아궁이 속에서 따닥따닥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가 불꽃을 피우다가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불을 참 잘 피우네요."
"얼마나 계실거에요?"
그가 마치 내 말을 못들은 듯이 물었다.
나는 또 대답을 못했다.
얼마나 여기 머무를 것인가.
아무리 오래 있어도 시험전에는 내려가야 하니 한달이 안될 것이고, 수중에 돈이 몇푼 안되니 일주일을 겨우 버틸 것이다.
"언제 가요?"
그가 또 물었다.
"모르겠어요."
"봐. 도망온거 맞다니까..."
그가 짖궂게 웃으며 놀리듯이 말했다.
이상하게 이번에는 화가 나지 않았다.

아궁이 속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빨갛게 불기를 머금은 숯덩이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나무가지를 넣지 않았다.
아궁이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아궁이 입구를 닫으면서 일어섰다.
나도 따라 일어났다.
"오늘 밤은 절절 끓을 겁니다. 데일지도 몰라요."
벌써 사방은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빨리 가지 않으면 식사시간이 끝난다면서 재촉을 했다.

그와 내가 함께 식당에 들어서자 나머지 4명이 묘한 눈빛을 교환했다.
"불 좀 넣어드렸어."
그가 불쑥 내뱉으며 자리에 앉았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계실 겁니까?"
그들 중 하나가 물었다.
"그거 알아서 뭐하게."
내가 머뭇거리고 있자 그가 대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시험공부로 화재를 돌렸다.
식사를 마치자 그들은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라며 나를 이끌었다.
낮에 노래 연습을 했던 방에서 다시 둘러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대충의 상황들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중 둘만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이고, 나머지는 모두 이곳에서 알게 된 사이였다.
산으로 들어온 시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미 몇달씩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공부와 관련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지내면서 친밀한 사이가 된 듯 했다.
나에게 어느 학원을 다녔느냐고 묻기에 안다녔다고, 공부를 전혀 안했다고, 그냥 문제집이나 한번 훝어보고 칠거라고 했더니 설마 하는 표정들이다.
그로 인해서 나는 조금 경계가 풀어졌음을 느꼈다.
그들의 대화에서 그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한쪽 구석에서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 주로 듣기만 하는 그의 모습이 왠지 좀 쓸쓸해 보였다.
그만 가야할 것 같아 일어서자 그가 따라 나섰다.
그들은 마치 내가 그의 여자이기나 한듯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잘 모셔다 드려."
"안녕히 가세요."
"내일은 오전에도 한번 연습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소리들을 뒤로 하고 어둠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 숙소까지 천천히 걸었다.
너무 어두워서 걷는데만 열중해야 할 판이었고, 또 너무 추웠다.
숙소에는 아무도 들어와 있지 않은 듯 깜깜했다.
순간 난감했지만 나는 그냥 돌아서서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어두운데... 괜찮겠어요?"
목소리에 걱정스러움이 묻어났다.
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문 꼭 잠그고 주무세요."
그의 걱정에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다.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고개짓이 그에게 보이는지는 모르겠다.
현관문을 열었지만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짐작으로 내 방을 찾아 들어가서 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문을 꼭 잠그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왜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5-09-15(13:29)
방    문 :84221
이 메 일 :nikol81@hanmail.net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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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희 이거 내용 대충 짐작이에요!!
여기서 만난 5명남자애들이 그 여자를 좋아해서
다투는 거 아닐까요??
짐작이에요 시간없어서..
  2006-10-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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