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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 엄마의 기록노트 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아직도 접지 못한 엄마의 수줍은 흔적들입니다.
시민운동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 어설픈 습작의 흔적,
스무살 언저리에 쓴 몇편의 시, 1년간 장애인복지신문에 연재한 보육사일기까지...
편지

선생님께!
선생님, 편지 잘 받았습니다.
선생님에게는 처음 쓰는 글이라 어색하군요.
상훈, 성훈, 만수, 완진 등 작은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자기들 얘기를 쓰라고 졸라대는군요.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할 때 저는 정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분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는 무언지 모르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집니다.
또 작은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좋은 분으로 남은 것이 정말 기쁩니다.
여름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났을 때 선생님의 변하지 않은 모습과 우리집 아이들을 사랑해 주시는 것에 속으로 기분이 좋았답니다.
저는 하나님을 잘 믿지는 않지만, 선생님이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다기에 선생님의 기도소리를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신경써주시듯 그곳 애육원 아이들에게도 그런 사랑과 애정을 베풀어 주세요.
그리고 자주 놀러 오시고 다음에는 애육원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보내주세요.
아까까지만 해도 재잘대다가 잠이 든 아이들의 얼굴을 봅니다.
선생님의 얼굴도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신경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새벽 2시에 쓰다보니 졸음이 오고 피곤합니다.
다음에 편지 꼭 하세요.
선생님, 몸 건강히...

- 선생님에게는 동생같은 성진이가 -


샬롬!
성진아, 답장이 늦어 미안하구나.
우리집 수련회 중에 네 편지가 도착해서 아이들에게 자랑을 했단다.
봉투의 글씨를 보고 참 잘 썼다고 하는 애들도 있었어.
이번에 2박3일동안 수련회를 하는 동안 또 다시 너희들 생각이 상대적으로 많이 되었다.
전체 프로그램이 성서적이고, 강사로 전도사님 한 분이 초빙되었다.
또 처녀 보육사 6명이 각 파트를 분담해서 아이들을 지도하게 되었단다.
나는 작년에는 율동과 노래지도를 했는데, 올해는 [십자가의 길]이란 프로그램에서 '세족식' 코스를 맡았단다.

1캠프(양과 염소 고르기)에서 콩과 팥을 분리시키고,
2캠프(최후의 심판)에서는 예수님에게 심판을 받아 천국과 지옥으로 보내지고, 3캠프(멸시와 조롱)에서는 예수님의 성화를 밟고 지나가고, 4캠프(고난의 십자가)에서는 십자가를 지고 언덕길을 오르고, 5캠프(장사지냄)에서는 각자 유언장을 써놓고 관에 들어가 누워 자기가 쓴 유언장을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듣고, 6캠프(세족식)에서는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겼듯이 한사람씩 발을 씻어준단다.

나는 80명이 넘는 아이들의 발을 씻겼단다.
한사람 한사람마다 "OO야! 사랑한다~" 라고 말해주었고, 어떤 애들은 "저두요~"라고 답해주기도 했단다.
또 어떤 애들은 "보모 손에 무좀 걸리겠니더" 라며 걱정도 해주었단다.
이번에 사용한 3개의 커다란 십자가는 정진영 선생님이 오셔서 만들어 주었단다.
또 [사랑의 우체국]을 개설하여 커다란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총무님이 하루에 두 번씩 열여서 배달을 하셨는데, 총 6백여통이 배달되었단다.
가장 많이 보낸 사람과 가장 많이 받은 사람 3명에게 상을 주었는데 이들 6명이 모두 남자들이었다.
그런데 원장, 총무, 생활지도교사인 세분 장로님이 한통도 못받아서 굉장히 섭섭해 하시는거 있지.
난 6통 받았고, 가장 많이 받은 분은 강사로 오신 전도사님인데 30여통에 대한 답장을 쓰느라 잠을 제대로 못주무셨단다.

너희들 수련회 얘길 해주었더니 여기 애들이 굉장히 부러워했단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대학생 자원활동가가 없거든.
공대와 전문대가 2개 있긴 하지만 팀을 꾸려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대학생은 없단다.
한마음 선생님들이 너희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여기 와서 실감했구나.
일주일에 두 번씩 오시는 선생님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우도록 해라.
그냥 접하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너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면 좋겠다.
꼬맹이들 모두 잘 자라고 있겠지?
많이 컸을거야. 언제 보러갈께.
안녕!

1991년 8월 16일

 
(장애인복지신문 연재일 : 1997년 5월 30일/제392호)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4-02-23(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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