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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 엄마의 기록노트 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아직도 접지 못한 엄마의 수줍은 흔적들입니다.
시민운동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 어설픈 습작의 흔적,
스무살 언저리에 쓴 몇편의 시, 1년간 장애인복지신문에 연재한 보육사일기까지...
동생들의 비젼

샬롬 ― 주님의 사랑 안에서
구뚜라미 소리가 어둠을 타고서 귓전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무척 조용하고 평화로운 밤.
아침부터 종일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었었는데, 밤이 되고 산산한 공기를 느끼게 되니까 가라앉았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여느때처럼 생활이 점진적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지배적이지만 이런 상태가 누나에게 계속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현재의 누나의 삶을 본다면 나로서는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 뿐이다.
그리고 지금의 내 삶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의 감사를 드리고 있다.

이제는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다.
어둡고 절망과도 같은 두려움도 사라졌고, 시야를 가렸던 미래의 안개도 걷혔고, 남은 것은 내가 보고 있는 것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밖에 아무것도 없다.
이제사 겨우 나 자신을 초월할 수 있는 진리를 터득한 것 같다.
진정한 삶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 그 시작이 무엇인지를 이제는 내 삶속에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난 내 가슴 속에 인류의 소망과 꿈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인류의 미래가 내 삶을 통해 그 완성의 단계로 한 계단 끌어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내게 얼마나 큰 책임으로 다가와 있는지 모른다.
역사 속에서 그 시대에 있어 자신에게 허용된 숭고한 삶을 감당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과 아낌없는 헌신을 바친 스승들이 수없이 느껴진다.
신은 그런 사람들을 들어 사용하셨고, 그들은 그들에게 부과된 삶을 성실하게 값없이 살았던 것이고, 지금의 세계가 형성되고 인류가 보존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들의 헌신의 댓가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나에게는 이것이 현실로 다가와 있다.
역사 위를 흐르고 있는 정신세계에 대한 이해가 내게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나는 더 명확한 것을 보기 위해 또 노력을 해야 하고, 일단 본 것을 삶으로 전환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난 의사로서의 삶을 살거다.
의사라는 직업은 분명 내 삶의 중심이 될 것이고, 이 직업이 삶의 도구로 된다거나 부수적인 어떤 것도 될 수 없음을 안다.
나의 삶은 나 자신의 삶만은 아니라는 것이 절실히 느껴진다.
비록 구체적인 비젼을 옮기지는 못했지만 내게는 이미 미래가 소유되어 있다.
준비하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게는 더 유익한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땅에서 정의를 실현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사랑의 시작이 자신이듯이 '악'에 대한 첫 승리는 자신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모든 개인이 자신 속에서 진리와 정의의 불꽃이 번쩍인다면, 굳이 사회적인 악과 물질적인 악에 대한 제거를 위해 그렇게도 소란을 피우지 않아도 될텐데...

이제는 누나한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지금쯤 세인들은 미래에 그들의 죄악에 대해 경종을 울릴 준비를 하고 있고, 인류의 완성과 궁극적인 신의 섭리에 따른 사랑의 완성을 위해 역사 속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긴 수면을 취하고 있겠지만, 누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나를 위해서 작은 기도나마 해준다면 나로서는 큰 위안이 될 것 같다.
몸 건강하고, 언제나 주님의 간섭이 있기를 빌며...

1991년 8월 21일 용이가


누나에게
장마같은 빗줄기가 이틀동안 심하게 내리고 있다.
아마도 이것으로 팔월의 한더위를 거두어 가려나 보다.
잘 지내고 있나?
나는 요즘 잘 지낸다.
삭막하던 도서관에 귀여운 여식애들 굴러 들어오니 정신 못차리게 살 맛난다.
며칠전에 개강하고 이제 7년째 대학생활의 마지막 학기에 들어서고 있어 긴장되고 아쉬움이 스며든다.
학기 초에는 왠지 모르게 밝고 희망이 있어 좋다.
충실한 생활이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요즘이고 보니...

방학이 다할 무렵 잠시 흔들렸었다.
도서관에서 나와 같이 고시준비하던 친구들이 갑자기 취직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조금 당혹스럽더라.
그네들 역시 어려운 집안 문제로 공부를 포기하는 것이지만 결코 나보다 적게 공부해온 것도 아니고, 들어보아도 나만큼 절박한 것 같지 않았는데, 너무도 쉽게 돌아서는 모습들이 나를 붂그럽고 힘들게 해서 잠시 생각해 봤다.
많지 않은 기회가 아직 내게 남아 있고 이것도 하나님이 주신 것들이라 믿고 싶다.
떨쳐버렸다.
보아오던 책 계속 보고 있다.
짜임새 있는 생활 꾸려갈 계획도 다시 정리해 보고.
11월쯤 이곳에서 철수할까 한다.
집에서 공부하던지 서울로 올라가던지 그때쯤 여유를 봐서 결정해야 될 것 같다.
벌써 자정이 가까워 온다. 자야겠다.
늘상 건강하길 바란다.
누나와 어린 동생들 모두.

1991년 8월 22일 송

 
(장애인복지신문 연재일 : 1997년 6월 20일/제395호)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4-02-23(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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