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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 엄마의 기록노트 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아직도 접지 못한 엄마의 수줍은 흔적들입니다.
시민운동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 어설픈 습작의 흔적,
스무살 언저리에 쓴 몇편의 시, 1년간 장애인복지신문에 연재한 보육사일기까지...
겨울을 녹이는 편지

"욕심이 많은 자는 주어도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금을 주면 옥을 주지 않는다고 불만스럽게 여기고, 공작이 되면 제후가 못된 것을 한한다.
자족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엇을 주나 늘 부족하다.
이러한 사람은 권세가 있고 돈은 많지만 거지나 다름없다.
거지는 무엇을 주나 더 얻고 싶어한다.
이와 반대로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악식을 고랑진미보다 맛있게 여기고 초라한 베두루마기도 여우나 담비의 가죽으로 만든 옷보다 더 따뜻하게 여겨 부족함을 모른다.
인생을 즐기고 풍족하게 사는 점에서 이 사람은 왕후 귀족보다 풍족한 사람이다."

싸늘한 날씨 중에도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보모님의 얼굴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무척이나 좋은 것 같은데 방법을 모르니.
사랑안에서 사랑을 주면서 살면 되는건가요?
오늘 아침에 등교할 때 차가운 바람(아무래도 바다탓이겠죠!) 때문에 볼이 얼어서 학교에 가니, 맞아주는 이 없는 텅빈 교실이 약간 쓸쓸히 보였습니다.
몇분 뒤 친구 하나가 오길래 같이 난로를 피웠는데, 그 뒤에 오는 애들은 아마도 쓸쓸함은 못느꼈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남을 위해 봉사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꼭, 음~ 구름 위에 뜬 그런 기분이랄까요.
한달동안 편지를 안썼는데 오늘 보모님께 처음 쓴답니다.
약간 잠이 와서 글씨가 엉망이에요.
다음부턴 예쁘게 쓸께요.

며칠전에 느낀건데 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같아요.
난 주는 것에 대하여 별로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실행에 옮긴 적도 없는데, 얼마전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거든요.
그런데 왜 그리 좋은지, 사는게 즐겁게 느껴지고 하여튼 인생이 기쁨뿐인 것 같았어요.
이제부터는 받기보다는 주는 것에 좀 더 힘써야겠어요.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학교 안가고 월요일만 학교 가면 화, 수요일은 서울 가고 그럼 이 편지는 목요일쯤에 보모님 손에 도착하겠네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루해가 점 점 더 짧게 느껴지고, 내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서 늙고 죽는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좀 있다가 잠자기 전에 한번 생각해봐야겠어요.
이런 말 하니까 내가 갑자기 60살 할머니 같죠?
건강 유의하시고, 아름답게 사세요.

- 김은정 올림 -


마음이 풍성한 아름다운 소녀야
지하실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며 빨래를 하다가 너의 아름다운 글을 읽고 이대로 올라와 답장을 쓴다.
어느새 헝클어져 버린 내 삶에서 난 지칠대로 지쳐있고 감당할 수 없는 숙제들이 무겁게 짓눌러 꼼짝없이 갖혀 버린 듯한 느낌, 구체적인 절망감, 무기력감, 이런 것들에서 단숨에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 주는구나.
그래, 왜 그리 불평불만이 많았나 생각해봤지.
바라는게 너무 많았구나. 난.
아름다운 아이야!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랬단다.
가슴속에 탁한 불만덩이가 꽉 차 있어서 하나님과의 교제가 많이 힘들었단다.
단순함과 겸손함으로 오직 하나님만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순간 순간 닥쳐오는 상황들에서 난 하나님을 버리고 내 만족을 구했구나.
왜 그리 내가 중요했는지......

주는 즐거움을 배웠다니 참 감사한 일이구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람은 무엇보다 겸손히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이들일거야.
똑똑하고 재치있고 능력있고 일을 잘 추진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오직 자신을 낮추고 다른 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함부로 평가하거나 훈계하려들지 않는, 행함으로 사는 사람.

난 요즘 정말 그 무엇으로도 깨크려지지 않을 내적인 평안을 갖고 싶다.
그러기 위해 버리고 포기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한 그것들이 무가치하고 쓸모없다는 걸 알면서도 놓지를 못하고 있다.
어리석지.
결국 그 모든 것들은 내게 아무런 유익도 못주고 나를 망치고 황폐화시키고 떠나가겠지.

하늘빛 소녀야!
네 속에서 너를 아름답게 풍성하게 키우는 보화를 본다.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줄래?
참 많은 것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해주었구나.
내게 힘을 주고 위로를 주는구나. 고맙다.

 
(장애인복지신문 연재일 : 1997년 8월 15일/제402호)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4-02-23(00:31)
방    문 :55861
이 메 일 :nikol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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