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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 엄마의 기록노트 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아직도 접지 못한 엄마의 수줍은 흔적들입니다.
시민운동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 어설픈 습작의 흔적,
스무살 언저리에 쓴 몇편의 시, 1년간 장애인복지신문에 연재한 보육사일기까지...
'보육사 일기' 연재를 마치며

애육원에서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낸 이후의 일기장을 소각해버려서 이후의 생활은 기억 저편에 묻혀버렸다.
내가 애육원을 그만둔 것은 마지막회인 '애육원의 크리스마스'가 있은 다음해 12월 초쯤인 것 같다.
중3들이 고입시험을 치르고난 다음날 나는 아이들 곁을 떠났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는 다시 오지 않았다.
마지막 한해를 나는 참으로 우울하게 보냈다.
또 다시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무력감, 내 존재가치의 무의미함, 자책, 이런 것들과 싸우느라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고입시험일까지 버틴 이유는 현재의 자리에서 극복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과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나는 정말이지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도망쳐서 우선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생의 길목에서 또 다시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되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게 도망치는 것밖에 없을까봐 두려웠다.
애육원에서 나온 이후 몇개월 동안 나는 우울증과 피해의식에 시달렸다.
세상 사람들은 시설에 대해 무관심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천사가 따로 없군요.
보통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런 식의 말로 자신은 더 이상 부담을 지지 않으려 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내 속에서 고개를 쳐드는 분노와 싸워야 했다.
때로는 균형을 잃고 폭발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어투로 개인적인 실천을 강요하며 마주 앉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내 고통이 마치 그들 탓이양 착각하기까지 했다.
생각하면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5년이 지났다.
지금 나는 다시 아이들과 함께 산다.
시설이 아니라 집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
내가 낳지는 않았지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내 딸들이다.
큰애는 초등학교 3학년이고 작은애는 이제 18개월에 접어든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들이 함께 살게 될 것이다.

우리집은 '해뜨는집'이라고 불린다.
우리 아이들은 수십명에 이르는 이모와 삼촌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 마음속에서 키워온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꿈을 먹고 사는 이상주의자라는 소리를 나는 종종 듣는다.
그 말이 싫지 않다.
마음속에 품은 뜻을 확신하며 기다리면 언젠가 때를 만난다는 것을 믿는다.
미리 포기하고 절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제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올바름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해볼만한 일이다.
전전긍긍하며 고민한다해서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무언가를 하든지 아니면 불리한 상상으로 고민하든지 어차피 에너지는 똑같이 소모될테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프롤로그]
'보육사 일기'를 쓰며 나는 많은 두려움을 느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경험일 뿐이다.
혹여라도 이 글로 인해 사회복지시설에서 온 몸과 영혼을 바쳐 일하는 순수하고 성실한 보육사들에게 누가 될까 염려스럽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설에 대해 막연한 추측과 편견을 가지고 있고, 정기적으로 시설을 방문하는 시설활동가들조차 단편적인 지식이나 시설과 유리된 이론적 대처로 갈등을 겪고 있음을 고려할 때 시설의 생활이 미비하나마 알려질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보육사 일기'는 실패자의 기록이다
하지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생활이었다.
내가 베푼 사랑보다 더 깊은 사랑을 되돌려준 내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썼다.


(장애인복지신문 연재일 : 1997년 9월 5일/제405호)

 

 

이    름 :돌깡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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